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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6][삼라만상] 새해를 맞이하는 ‘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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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조회 1,040회 작성일 23-01-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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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뼈는 총 206개이다. 이 중 양손이 차지하는 뼈의 개수는 무려 54개. 즉, ‘손바닥만한’ 기관에 25%의 뼈가 포함되어 있다. 손이 정교한 이유이기도 하다. 손은 14개의 손가락뼈, 5개의 손바닥뼈, 8개의 손목뼈로 구성되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미세 혈류가 분포되어 있어 인체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흔히 손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을 실행해 줄 수 있는 도구가 되며, 문명의 발달 역시, 인간의 직립 보행으로 손을 사용하면서 채집, 수렵, 사냥, 농사 등과 같은 생계활동이 시작되었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손은

1. 이성간 두근거림으로 내민 손과 같은 설레임이다

2.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손에 담은 결혼반지 같은 약속이다

3. 출산 후 처음 손으로 안아보는 생명이다

4. 유아기의 잼잼이 손을 잡는 기쁨이다

5. 자녀의 아픈 배를 만져주는 약손, 간절한 소망이다

6. 축 처진 어깨를 토닥이는 손, 격려다

7. 악수로 확인하는 신뢰와 화해다.

손은 의식하지 않은 중에도 많은 것들을 하고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로 말초 신경질환의 한 형태인 손목터널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을 오랫동안 치료해 오고 있다.

손목터널증후군 진료를 많이 보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다. 지역적으로 노령인구가 많고, 인근에 현대시장, 송현시장이 있으며 옆으로는 크고 작은 소규모 공장들이 즐비한 곳에서 개인 의원을 시작했다. 유난히 이 지역 주민들은 손저림 유증상자가 많았다. 과도한 손의 사용이 불러온 질환 인지라 손을 많이 사용하는 시장상인과 공장 근로자 그리고 컴퓨터 업무를 많이 하는 직장인이 많았던 지역적 특성 때문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형이상학적 손의 의미 외에 ‘부지런한 손’, ‘가족에 헌신하는 손’ 은 안타깝게도 손목터널증후군의 주 원인이기도하다. 인간에게 손은 노동의 기본요소이며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유지하도록 돕는 충실한 섬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진료실에서 손목터널 증후군에 의한 손저림으로 내원한 환자가 질병의 원인이 무엇이냐고 질문할 때 의학적 여러 가능성을 설명드리고 종종 삶을 과도하게 열심히 살고 있고 살았다는 증거라고 환자들에게 설명한 적도 많다.

이런 증상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분들을 대할 때면 그들의 고된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손을 진찰하며 존경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곤 한다. 우리 병원의 미션은 "지으신 손과 고치는 손이 함께하여 이 땅에 에덴을 회복시킨다"이다.

‘손’의 의미는 구도심 지역사회의 정직하고 열정적인 삶의 모습에서부터 지으신 손과 고치는 손이 함께하여 에덴을 회복한다는 우리병원의 미션에까지 투영되었다. 미션에서 고치는 손은 의사들의 손 만이 아닌 전체 병원 직원들의 손이다. 이런 손은 섬김에서 시작되고 지으신 분의 치유를 돕는 손으로서 감사한다. 2023년 새 해가 밝았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내 손을 한 번 바라보자. 그리고 옆에 있는 가족 혹은 동료들과 악수 한 번 해보자. 관계의 시작도 악수와 같은 손에서 시작하고 헤어짐도 손을 흔들며 마무리한다.

새해에는 내 주변사람 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자. ‘손’에 땀이 배어 나오는 열정으로 어둡고 막막한 이방인들 그리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여러 사람에게 돕는 ‘손’이 되어주자. ‘손’으로 가려지지 않은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러한 내 ‘손’을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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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성수의료재단(인천백병원/비에스종합병원) 이사장, 신경외과 전문의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