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01][삼라만상] 말 한마디로 천 냥을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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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조회 834회 작성일 23-05-02 10:20본문
"어서오세요. 어디가 아프세요?"
아마 진료를 처음 시작했던 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해본 말일 것 같다. ‘어서오세요’라는 긍정적 맞이 인사와 ‘어디가 아프세요?’라는 부정적 물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반된 의미로 보이지만 필연적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에게 첫 인사로 할 수 밖에 없는 문장이 되어버렸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병원 현장에서 자연스레 ‘아픔 혹은 통증’으로 생긴 인간관계이다.
인간관계는 각각의 상황에 맞게 정립이 된다. 하지만 사람에게 인간관계는 필수적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3년이 넘게 대유행을 했고, 아직도 종식이라는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기존에 학회나 병원 관련 회의는 온라인 줌회의가 통용이 되었고, 중수본 등과의 회의도 온라인 회의를 통해 비대면 회의가 되었다. 또한 종종 있던 식사 자리가 확연히 줄었기에 핸드폰을 통한 메신저가 활성화 되어 간단한 메시지와 이모티콘으로 안부를 묻게 되었다. 이는 환자 진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의료진과 환자사이엔 투명아크릴판이 설치되었고 마스크로 서로의 반을 가리며 철저히 소통을 위한 문진이 이뤄지기도 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서 살 수 없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인간관계는 그만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이는 KBS에서 진행한 2023년 신년리서치에서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좋은 인간 관계‘라는 답이 54%로 ’현금과 재산‘ 37%, ’신념‘ 9%보다 훨씬 높았다. 또한 ’내 뜻대로 사는 삶‘(30%)보다는 ’타인과 협력하는 삶‘(70%)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두배 이상 높았다.
모두가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있지만 인간관계만 생각하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치 않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많다. 하루에 말을 듣는 일(45%), 말하는 일(30%), 읽는 일(10%), 쓰는 일(9%)라는 통계처럼 말을 경청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환자 분의 의지가 강하기에 물리치료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와 "모두가 물리치료를 하는데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는 청자의 입장에서는 엄연히 다른 동기부여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말의 힘은 인간관계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도구가 된다. 병원 직원 중에 말을 참 예쁘게 하는 직원이 있다. 어떤 자리, 어떤 대상이든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예의바르며 위트있어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고, 그 자리의 분위기가 참 좋아지게 하는 이 직원이 그 자리에 동행을 하면 오늘 참 좋은 일이 되겠구나 싶을 지경이다.
한번은 질문을 했다. ‘어떻게 상황이 다 다르고 사람이 다 다른데 거침없이 분위기를 좋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변은 참 쉽고도 어려웠다. ‘말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잘 듣고, 잘 전달하면 됩니다. 또한 돈이 들지 않고도 모두가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데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렇다. 바른 언어를 요령있게 사용하는 사람은 슬기로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에 맞는 말은 긴장을 풀어주고, 은혜로운 말은 길을 평탄하게 하고, 즐거운 말은 하루를 빛나게 하고, 사랑의 말은 축복을 준다. 마찬가지로 정중한 인사와 존중이 묻어나는 말씨는 그 사람의 첫인상이 되어 영원히 기억된다.
서두에 환자와 의사의 대화는 병원 진료에 국한하여 맞이하는 인간관계가 되었지만 다음 날, 점심시간에 바뀌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관계는 시점, 환경 등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환자는 단골 국수집의 사장이고, 화자였던 나는 단골 국수집에 가서 좋아하는 국수를 먹으러 간 손님이 된다.
"어서오세요. 어떤 국수를 드릴까요?"
이래서 인간관계를 무조건 좋은 관계여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5월은 가정의 달인 만큼, 우리 가정 안에서의 인간관계로 좋은 아빠, 엄마 혹은 아들, 딸이 되는 한달이 되길 응원해본다.
백승호 의료법인 성수의료재단(인천백병원/비에스종합병원) 이사장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