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07][삼라만상] 의료취약지, 국가 정책의 온기가 현장에 닿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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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조회 23회 작성일 26-10-21 16:43본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며 보건의료계를 둘러싼 국가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 확충과 지역의료 생태계 복원을 골자로 하는 ‘지역·필수·공공의료 정책’을 추진하며 보건의료 체계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필수의료의 연쇄 붕괴와 지역 소멸 위기라는 거대한 경고음 속에서 진지한 고민이 담긴 정책적 방향성에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인천 강화군과 같은 도서·농어촌 및 접경지역 등 ‘의료 취약지’의 최전선에서 병원을 운영해 온 의료인으로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의 온기는 아직 차갑기만 하다.
아무리 훌륭한 국가 정책이라도 실제 주민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현장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도권 외곽의 의료취약지는 도시 지역과 달리 단순한 시장 논리나 자율 경쟁에 맡겨둘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환자 수 감소와 가혹한 의료진 인력난 속에서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진료과를 유지하는 것은 민간 의료기관에게 막대한 재정적 적자와 인력 소진을 감내해야 하는 힘겨운 결단이다.
따라서 국가 정책이 취약지 현장에 실질적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보다 정밀하고 파격적인 지원책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지역 거점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공공적 역할 인정과 재정 지원’이 명확해져야 한다. 국가나 공공병원의 손길이 다 닿지 못하는 취약지에서 이미 24시간 응급실을 돌리고 필수 진료를 감당하는 거점 민간병원은 사실상 ‘공공의료’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설·장비 보조는 물론, 상시 가동 인력에 대한 직접적인 인건비 지원과 ‘지역필수 가산수가’ 등 현장 맞춤형 보상 체계가 획기적으로 신설되어야 한다.
둘째, ‘지역 필수의료 인력 수급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나 의료인력 배치 정책이 취약지까지 온전히 도달하려면, 의료진에 대한 파격적인 주거·정주 여건 지원과 함께 국공립병원-지역 거점병원 간의 인력 순환 근무 체계 구축 등 피부에 와닿는 유인책이 결합되어야 한다.
셋째, 취약지 거점병원과 인근 대형병원 간의 실질적 의료 전달체계 및 전원 핫라인 구축이다. 취약지 병원이 외딴섬처럼 고립되지 않으려면 중증·응급 환자 발생시 즉각 전원할 수 있는 골든타임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최근 의료취약지 강화군에 위치한 비에스종합병원이 국제성모병원, 인천세종병원, 뉴고려병원 등 주요 근접에 위치한 종합병원들과 뜻을 모아 진료 협력 및 응급 전원 비상연락망을 자발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민간 차원의 핫라인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도 전원 시스템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이 제도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환자가 안심하고 지역 병원을 찾을 수 있고 의료진 역시 진료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러한 현장의 절박한 요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전국의 뜻있는 병원들과 함께 ‘의료취약지 병원협회’를 이루어 정당한 정책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는 만성 적자 구조를 타개할 ‘지역필수 가산수가’ 신설과 취약지 의료지원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상급병원과의 공공임상교수제 연계를 통한 인력 파견 지원, 스마트 원격 협진망 구축, 노후 장비 현대화 등 현장에 당장 필요한 실천적 사업들을 다각도로 펼쳐나가고 있다.
의료는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현장 의료기관이 함께 짊어져야 할 상생의 공공재다. 백경(白鯨)이 거친 바다를 헤치고 나가듯, 우리는 지금의 보건의료 위기라는 파고를 넘어 더 단단한 지역 의료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칠흑 같은 밤, 불안한 마음으로 거점 병원 응급실 불빛을 찾아오는 어르신과 어린아이들의 발걸음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가 정책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삼라만상의 가치다.
깊어가는 10월, 거창한 담론을 넘어 취약지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인 정책의 온기가 구석구석 닿기를 바란다. 지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취약지 병원들은 오늘도 필수의료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
백승호 의료법인 성수의료재단 이사장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s://www.joongboo.com)

